**심신수양**/퍼온 글

풀꽃 시인의 인생

빈손 허명 2021. 10. 10. 09:50
풀꽃' 시인(詩人)의 인생

‘풀꽃’이란 시(詩)로 꽤 널리 알려진 '나태주' 라는 詩人이지요.

시골 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하신 분답게 중절모가 잘 어울리는 시골 할아버지입니다.

나태주 시인이 쓴 시(詩) 중 최근에 알게 된 詩가 하나 있습니다.

병원(病院)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을 만큼 중병을 앓고 있을 때,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썼다는 시(詩)입니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라는 제목의 詩였는데, 아내를 위해 하느님께 하소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病)과
함께 약(藥)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 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

아내를 위한 간절한 마음이 뭉뚝뭉뚝 묻어나는데,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남편의 글에 화답하여 쓴 아내의 글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남편이 드린 기도보다 더 간절한 기도, 시인 아내의 절창(絶唱) 이었습니다.

[너무 고마워요]

남편의 병상(病床)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느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罪)로
한 번의 고통(苦痛)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느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詩)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 온 남자예요.

시(詩) 외의 것으로는
화(禍)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느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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