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면 아직도 마음이 들뜬다
내나이가 얼만데 들뜨냐 묻는 다면 아직도 청춘이라 그런거라 말해주고 싶지만 가보지 못한 세상을 본다는 것과 만나보지 못한 사람을 만난 다는 호기심이 부축여 공연한 설레임마져 생기게 된다
아내와 벼르고 벼르던 여행을 떠났다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향일암 을 만나러 가는 길이 처음부터 어려웠다
가기로 한날 아침 창문을 열고는 먼저 탄성을 질렀다
봄이 눈앞인데 함박눈이라니...
"어쩐담...눈이 내리네.."
아내는 다음으로 미루자며 준비하던 것을 멈춘다
"남녘엔 눈이 오지 않는 다던데...."
멈칯거리며 일기예보를 듣고 인터넷을 뒤지고 남녘 그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긴 따듯한데요...눈도 않오구요.."
붉디 붉은 동백꽃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떠 올랐다
향일암이 말없이 손짖을 하고 미소를 보내주는 듯 마음만 안타까웠다
"그냥 갑시다....봄인데...눈이 오면 얼마나 올려구"
눈이 차장에 부딧히며 스러진다
모처럼 결단을 내린게 잘한 일이라 생각하면서 마음이 급했다
아내와 단둘이 하는 여행이 별로 많지 않았기에 더 의미가 깊다
맨날 여럿을 동반하고 같이 어울려 홀가분히 한 여행이 드물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해 내주변엔 사람이 꼬였다
그사람들과 함께 또는 따로 떠나도 만나는 장소에선 같이 마주하게 되는 일들뒤에 나의 여행의 지독한 속내가 숨어있기때문이다
단출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북적거리는 것들에 대한 흥분도 좋고 그들과 같이 동화되어 어울리는 느낌을 좋아했다
마당에서 가든 파티를 거의 매일 매일 하기위해 참나무 장작을 쌓아 놓고 드럼통을반으로 잘라 고기 궆는 기구를 서너개 보유할 만큼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그들을 끌고 다녔다
"이젠 좀 자제하세요.."
아내의 말에 순종을하게 되고나서야 홀가분한 여행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그 홀가분한 흥분을 느끼려고 시동을 걸었다
그래도 그곳에는 나를 기다리며 나를 안내할 사람이 이미 정해져 있기에 타지를 여행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있었다
처음으로 가는 곳 미지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라기 보다는 환상의 그곳에서 의 어떤 감동을 맛보게 될까 하는 호기심이 더 컷다
멀다
가도가도 삼천리
어느 시인의 싯귀가 들려왔다
휴게소 마다 들렸다
그리고 물한잔 마시고 음식을 먹고 기지개를 펴곤 또 달렸다
"네...호남 고속도로....를 들어섰구요...."
나는 나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여 전화 속에서 안내를 받는 다
차앞에 자리한 내비게이션 을 믿기보다 는 그사람이 말하는 전화 소리가 더 미더웠던게 잘못인가..? 예상했던 경로로 가지 못하고 다른길로 올라섰다
그리고 낫선 길을 돌고 돌았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쭉 오시면 됩니다.."
전화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를 만났다
그가 내차에 타서 나를 안내 했다
향일암....그리고 동백꽃 붉게 핀 바닷가 어느 물결위에 흐르는 바람을 보는 재미를 느끼면서 처음만난 어색함을 털어냈다
햇살이 미워
부셔버린 산언덕
바닷바람 스친
무거운 중생
틈틈히 끼워내
소리만 듣는 간절한 기원
흩어진 염불은
바위를 타고 넘어
하늘끝맴돌다
바다에 지고
붉디 붉은 사랑
눌물처럼 떨군
바다저쪽
그리움
바위 틈으로 걸어나오면서 작은 싯귀를 외웠다
원효의 참선후 득도를 보는 것도 같고 부처의 자비가 바다같음 도 보며 부셔진 바위산 아래 중생이 소원하는 애닯은 기도를 들었다
목탁소리는 바람에 날렸다
허공을 휘돌고 돌다 가득채워 중생의 소원을 들어주려는 듯 노을진 바다는 동백꽃 잎처럼 붉게 물들었다
아침에 떠오는 해를 안고 그림자 처럼 따라 다니는 업보를 바위틈속에 감추고 부처앞에 업드린 머리 허연 중생의 등뒤에 촟불 그림자가 흔들렸다
어렸을때 교과서에서 읽은 시가 생각났다
바다 저편에 산이 있고
산위에 구름이 외롭다
구름위에 내 향수는 졸고
향수는 나를
잔디밭위에 재운다
누구의 시인지는 모르지만 내 머릿속에서 바다만 보면 생각나는 시다
바다를 볼때마다 그 시를 외워 지금도 향일암 바다 를 보며 그시를 외운다
여행을 할때 만나는 사람이 정겹다
그는 처음만난 나에게 조금더 불편하지 않게 하려는 듯 애써 바쁜 시간을 내어 주었고 초행길에 초조함마져 잊게 배려해주었다
자신의 사형 네 집에서 쫄깃한 회를 내주고 이제껏 살면서 맛보지 못한 음식들의 남도 음식을 맛보게 해주었다
다정한 인심을 채워주고 남도의 어둠속에서 환한 길벗이 되어 주었다
귀에 어설픈 남도 사투리가 정겹다
하늘도 바람도 태양도 같은 곳 억양이 조금 서툰 곳에서 사람사는 정을 한번더 채우고 별빛이 빛나는 하늘로 올랐다
그는 나눔의 정이 무엇인가 를 알게 해주었다
낫선 타향에서 마음 편히 잠들게 해주었다
그리고 다음 행선지로 가는 길몫 에서 내 손을 아쉽게 잡고 있었다
여행에서 제일 행복한 것은 이별할때 손을흔들어 주는 모습니다
손을 흔들며 아쉬움을 흩날리듯 마음을 보내는 그를 뒤로하고는 또다른 곳으로 간다
사람은 이렇게 새로운날을 보며 산다
내일도 오늘과는 다른 또다른 무엇이 있을 것이다
여행의 묘미는 만남과 이별이 아주 간단하다는 것이다
향일암을 보고 돌아오는 가슴에 행복함이 가득 차 즐거웠다
보고또보고 싶었던 곳
그곳에서 오체 투지를 하며 속세의 업보를 끊어주길 간절히 기도 했다
2008년 3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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