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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떡과 형

빈손 허명 2021. 8. 1. 20:52

  쑥떡과 형

                    구흥서

 

쑥떡을 만든다

아내가 방아간 에 가지 않고 찹쌀을 사다 불려 물을 빼고 믹서로 갈아놓았다

쑥은 어제 새벽 집 마당에서 띁었다

외부에 자란 쑥은 농약을 많이 주거나 오염되어 있어 아침운동 이 끝나면 잘라낸 부분에서 새싻이 트인 쑥을 잘라다 삶아 놓았었다

얼마전 서울에 사는 형의 전화를 받았다

안압이 높아 눈을 수술하러 갔는데 의사가 당뇨 판정을 받았고 혈압이 높아 음식 조절을 하라 고 했다며 내게 넌즞이 물어왔다

여름이 되기전에 형이 다녀 갈때 봄에 해놓아 얼려놓은 쑥 떡을 싸 보낸적이 있었는 데 그것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마침 동네 부근농가에서 양파를 재배하는 이가 있어 한자루 사다가 즙을 내어 보내주었던 터라 고맙다며 말을 어렵게 꺼냈다

"걱정마 형...시골엔 쑥이 사방에 있어...아무거정마..."

그날로 찹살을 사다 물에 담그라고 아내에게 부탁을 했다

나와 세살 터울이다

예전에 나는 막내라 귀여움을 받았지만 형은 나에게 치어 부모님 사랑을 좀 적게 받은듯했다

어머니는 늘 "우리 막내.." 를 외우며 나를 안방에서 챙기셨고 형은 어릴때 부터 아버지 와 사랑채 에서 기거를 했다

월급 150 원하던 해병대 시절 월급을 모아 제대선물 로 어머니 금비녀 를 해온 알뜰한 형이다

구박? 을 많이 받아서 인지 삶에 영악해 어머니는 늘 "모래사장에 내놓아도 살아이.." 라고 말한게 기억이 난다

세살 터울에 샘을 놓고 나를 때리면 나는 응석을 부리며 어머니에게 일렀고 그 위의 형에게 나때문에 매를 맞아야 했던 형이 은퇴를 하곤 서울역 뒷편에서 큰 주유소를 운영한다

내가 아플때도 매일 전화해 내 안부를 물어주는 피붙이 세살 터울 형이다

나는 몸집이 좀 크지만 형은 외탁을 해 좀 작고 동안이라 언제나 나보다 어리게 보였던 형이다

내가 경제적으로 힘이 들대면 거침없이 도움을 주었고 하나뿐인 친 동생이 세상사 파도에 휩쓸려 가려할때도 발벗고 나를 안아주었다

나는 동생이라 형에 대한 배려보다는 나만을 위한 삶을 많이 보낸듯 하여 좀 미안했었는 데 다행이다

늘 유머가 가득한 형이 오랫만에 쑥떡을 이야기 해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쑥도 녹여 갈아놓고 찹쌀도 갈아 놓았다며 아내가 전화를 걸었다

"나는 도저히 팔에 힘이 없어 치대지를 못하니 빨리 오세요"

"그려...얼릉 갈게.."

스텐 큰 함지박에 가득 쌀가루와 갈린 쑥이 담겨있었다

아내는 매일오르는 산에 갔는 지 집은 비어 있었다

팔을 걷어붙이고 치대었다

"형이 낫는 다면야 쑥떡이 문젠가..?"

나는 혼잦말 처럼 외우며 치대고 치대었다

골프공 보다 좀 크게 돌려 놓고 양손으로 누루면 쑥떡이 된다

일백 여개를 만들고 나서 시계를 보았다

한시간 반이나 흘렀다

비닐 봉지에 나란히 넣고 포개어 냉동실에 넣어 얼렸다

아내가 병원에 눈을 치료하러 갈때 싣고가서 건네줄려 꽁꽁 얼렸다

"벌써 다했어요?"

"내가 손이 빠르잖아..."

시골생활을 하면서 손에 익은게 농삿일이다

좀 거칠지만 빨리 하는 법을 알기에 쑥을 뜯거나 풀을 뽑아도 아내보다 열배는 빨리 할수 있다

모기가 물어도 끄떡없는 피부가 되었다

메모를 적었다

쑥떡 맛있게 먹는 법

1.우선 전자 렌지에 얼은 쑥떡을 녹이고

2.후라이 팬에 기름붙고 눌러 빈대떡처럼 펼치고

3.펼쳐진 쑥떡위에 장 치즈를 올려놓고

4.잣이나 호두를 으깨어 올려놓고 김밥처럼 말아서

5.먹기좋게 썰어 먹는 다..

쑥맛을 내는 덕에 짭짤한 치즈의 맛이 가미되어 정말 환상적인 맛이다

곁들여 먹을 거리는 무공해 오이 소배기 다

집에서 기른 오이 에 부추 양파 등등 을 넣고 오이소배기 를 담ㄱ(아내의 요리는 일품이다) 곁들여 먹으면 천하 일미라 한끼 식사 대용 으로는 최상이다

"힘들었겠다...너무 힘들면 하지말지.."

"시골에 살면서 이런거 하는 재미도 쏠쏠해..봄엔 더 많이 해줄께.."

참외 박스로 하나를 가득 고봉으로 담아 테이프로 몇번을 감았다

"언제나 말해..내가 해줄게..."

형이 미안한지 점심을 사겠다 했지만 아내의 치료 후유증으로 우리는 헤어젔다

긴 안과 치료시간에 아내를 기다리며 형과 오랫만에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어릴대 이야기며 지금 사는 일이며 조카애들이야기가지도 오랫만에 형과의 대화는 즐거웟다

형이 필요하다면 쑥떡은 내가 해줄것이다

시골들녘에 지천인 쑥인데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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