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바우

결혼기념일

빈손 허명 2021. 7. 2. 16:00

       결혼기념일

                              구흥서

 

 

참말로 세월은 빠르다. 철없던 시절 아내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정말 뭔지도 모르고 신혼여행을 떠난게 벌써 40년이 흘렀다. 아이들이 결혼기념일 이라며 사진관 에가서 가족사진 을 찍자고해 서울로 올라갈 것 이지만 어언 청춘은 사라져 버리고 하얀 백발만 남았다

 

마루에 걸려있는 가족사진이 아들 애 결혼하고나서 찍은 것이라 딸아이가 올때마다 사위도같이 찍어 걸어놓아야 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을 했었는 데 이제야 사위도 외손주도 가족의 일원으로 액자에 걸려 거실의 정가운데 를 찾이할 것이다

 

아들녀석도 딸을 나아 지금 벌써 오학년이 되었는데 딸아이도 역시 딸을 나았다. 외손녀 고녀석이 눈에 밟혀 어쩌면 손주사랑은 고물거리는 어린게 더 보고싶고 사랑스러운 가 보다.

지금 오학년이 된 손녀를 태어나서부터 몇달 아내랑 같이 키워주었다. 아들이 일본에 유학을 하고 있던 때라 며늘애도 보내고 우리 내외가 같이 열심히 손녀를 키우는데 온정열을 다 했고 보물단지를 다루듯 애지중지 키우다 덜컥 아내가 당뇨가 도져 부득이 손녀를 일본으로 보냈다. 생후 6개월 핏덩이같은 손녀를 보낼때 공항에서 탑승구로 들어가는 어린 것을 볼때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안타까웠지만 아내의 수척해진 당뇨후유증을 걱정한 아이들이 선택을 한것이라 조금은 덜 미안했었다

 

그렇게 세월은 쉬지않고 흘러 인정사정 볼것없이 무심하다고 느끼면서 지나온 날이 어언 70년의 세월이 다가온다.결혼은 30에 했지만 어머니는 늦었다고 매일매일 성화를 하셨었다. 어머니 생전에 막둥이 아들이 장가드는 것을 보아야 마음이 놓인다고 주문처럼 나를 괴롭혔었다. 그렇게 흐른 시간 역시 나혼자만 태우고 간게 아니라 아내도 태우고 흘렀고 아들도 딸도 태워 흘러 결혼 기념 40주년을 맞이 하게되는 지금 감회가 새롭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모든일들이 허허롭게 지나갔다. 부귀영화를 꿈꾸며 참으로 많은 것들을 소유해야 행복한 것이라 믿었었고 높은 지위를 얻어야 행복하다고 확신을 했었기에 부단히도 몸부림치듯 애를 썻었다. 그래서 사회적인 지위도 부와 명예도 조금은 채우고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보다더 소중한 가족을 위한 배려와 사랑을 흠뻑 보내주지 못한 삶이 후회스럽기도하다. 추구하는 것이 목표로 정해진 후 그것을 목표로 달려갈때는 아내나 아이들은 내가 건네주는 금전만으로도 행복할 거라 생각했었다. 아내는 그시절을 진저리나게 외로운 시절이였다 말하고 있다

 

진작 알지 못한 것을 후회함도 지금은 너무나 늦기에 살아있는 지금 지나간 그시절의 못다한 것들을 채워주려하나 세월이 흩고 지나간 육신은 마음대로 말을 들어주지 않는 다. 그래도 아침이면 일어나 기도하고 아침을 정성을 다해 준비하는 아내가 있어 나는 참말로 좋은 아내를 만났다 생각한다. 아직 내가 출근해 일을 볼 사무실이 있고 퇴근하면 아늑하게 쉴 집이있고 맞난 저녘준비에 바쁜 아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넘치는 것들이 오래 존재하기를 기도한다

 

손주가 보고싶다. 몇일 전에 학회 교육을 끝내고 잠시 보고온 손녀딸이 공부를 잘하고 친구들과도 잘 지낸다며 손을 흔들어줄때 나는 다짐을 했다. 내가 능력이있을때 까지 뒷바라지를 해주어야 겠다고....

겨울방학이 되면 언어연수를 가고싶어한다는 말에 내심 어찌하면 될까 고민을하는 것도 지금나에겐 큰 일로 다가와 준비에 만전을 기하려한다. 늘 "너는 내 행복이고 희망이다" 라는 말을 했는 데 내손주가 사는 앞날 그세월에는 지금 같은 경제불황 이오고 사회불안으로 가득한 세상이 사라질것을 기대한다

 

매일 들여다보는 거울속에 선 낮익은 늙은 이가 이처럼 탱탱하던 피부가 탄력을 잃고 주름 가득 만든 세월앞에 몸부림쳐도 역부족인 자신을 들여다본다

허허롭다고 말을 해도 그말 역시 쓸데없는 공허한 말일뿐이다. 무정하다 아무리 투정을 해도 지금도 흘러가는 시간과 속절없는 내기를 하다간 나역시 미리 지칠 것같아 아예 순응하는 법을 배운다. 외손주가 커가고 말을 배우고 조금씩 말 하나하나 흉내 내는 것조차 행복으로 다가온다. 지친 경제가 나라를 휘어잡고 있어도 각자 작은 행복의 불씨 하나정도는 꺼트리지 않고 가슴에 품고 살듯 늙음이라는 천형앞에 아이들이 마련하는 결혼 기념 행사에 흡족히 참여하여 내 자식들이 살아갈 세상을 사는 지혜하나라도 소통을 통해 알려주려 노력하며 살아갈것이다

 

밤이 깊어간다. 뻐꾸기가 울면 여름이 오고 장맛비가 시작되는 시기다. 장마준비도 하고 집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숲길에 풀들도 무럭무럭 자라 또 나를 지치게 하겠지만 잠시 잊고 모든것을 훌훌 털어 내려놓고 바라보는 세월속에 남은 행복만 생각할것이다

이렇게 글을 쓸수 있고 새소리 들으며 쉴수 있는 공간속에서 나는 세월을 낚는 강태공이 되려한다. 그리고 결혼 기념일을 몇번이나 더 맞게 될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꽤나 많은 숫자의 세월을 살다 홀연히 떠날 것이다.어제 읽은 치매 예방법이라는 책자도 더읽어보고 열심히 아름답게 살며 남아있는 작은 행복도 크게 받아가며 자연에 동화되는 연습도 잊지않고 살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존재 하는 것이라 믿는다

 

'**심신수양** > 바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0) 2021.07.08
아내 3  (0) 2021.07.06
작은 물줄기  (0) 2021.07.02
그대있음은(곡)  (0) 2021.06.30
수선사 연못에 서서  (0) 2021.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