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사 연못에 서서
구흥서
수선사 엔 연꽃없는 연못이 있고
시절인연 이란 나무다리가 있더라
그 비탈진 나무다리 건너엔
최신식 카페가 있고
사람냄새만 가득하더라
부처님 가피가득 담고 들어와 앉은 곳엔
차향이 흐르고
가끔은 커피가 차 향기를 빼았더라
연꽃이 피어있지 않은 것을 보면서
진흙속에 뿌리내린 불심을 거두고
잎만 무성한 수선사 연못엔
허명의 그림자가 홀로 서있더라
불룩한 배를 두손으로 끌어안고
시절을 잊고 있더라
이 여름이 시작되는 수선사엔
짖은 불심이 그립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