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느낌이있는방

"돈 아무리 많아도.........…"

빈손 허명 2005. 8. 10. 16:51

60억대 갑부 할머니의 쓸쓸한 죽음


"돈 아무리 많아도…"
남편 딴살림ㆍ자식들은 유산 불화
한강서 싸늘한 익사체로 떠올라, 경찰 "조각난 가족 틈에…" 자살 결론


6월29일 오전 9시 서울 동호대교 부근 한강. 익사체로 보이는 한 할머니의 시신이 떠올랐다. 경찰은 "

오늘 오전 5시께 반포대교 위 난간에서 할머니를 봤다"는 목격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할머니가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한강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신병 비관 자살' 정도로 끝날 듯했던 이 사건은, 그러나 숨진 할머니가

상당한 재력가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반전되기 시작한다. 조심스럽게 타살 가능성을 타진하던 경찰에

"정씨의 큰딸이 사건 며칠 뒤 정씨 통장에서 거액을 인출했다"는 제보까지 접수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모(77)씨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고급 아파트에서 살아 왔으며, 대대로 물려받은

유산으로 혼자 가지고 있는 재산만 60억원대에 이르는 갑부였다. 두 딸도 번듯한 남편을 만나 결혼하는

 등 정씨는 겉보기에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해 왔다.

 

아무래도 자살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너무 유복했다.

더구나 사건 당일 정씨가 오전 4시께 의문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갔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정씨의 유서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큰 딸이 7월6일 정씨 통장에서 1억6,000만원을 빼내간 것으로

 밝혀지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수사를 계속하던 경찰은 이 같은 의혹 하나하나를 검토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사건은 다시 자살 쪽으로

 흘러 갔다. 우선 적지 않은 돈이긴 하지만 큰딸이 정씨의 통장에서 예금을 인출해 간 경우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 새벽의 전화는 할머니가 부른 콜택시 기사로부터 온 것었다. "죽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일기장도 발견됐다.

다시 자살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던 경찰은 정씨의 불행했던 가정환경을 통해 자살 동기를 찾아낼 수

 있었다. 정씨의 남편은 10년 전 집을 나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고, 혼자 남은 정씨는 가정부와

단 둘이 아파트를 쓸쓸히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40대인 아들은 몇 년 전 이혼해 별다른 직업 없이

정씨에게 의지해 돈을 갖다 썼고, 유산을 염두에 둔 두 딸과 아들의 관계는 악화할 대로 악화했다.

 

두 딸은 경찰에서 "남동생이 어머니에게 돈을 내놓으라며 행패를 부렸다"고 했고 아들 역시 "누나들이

 어머니의 돈을 쌈짓돈 빼가듯 갖다 썼다"고 주장했다. "큰딸이 사건 뒤 돈을 인출했다"는

제보 역시 아들이 한 것이었다. 남편과의 별거, 자식들의 불화 등에 시달린 정씨는 최근 들어 우울증까지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 관계자는 "돈만 많으면 뭐하겠냐. 결국 조각난 가족 틈에서 쓸쓸히 저 세상으로

갈 바에야…"라며 씁쓸해 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9일 이번 사건을 자살로 종결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심신수양** > 느낌이있는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혜로운 삶  (0) 2005.08.18
고개를숙이면 부딪치는 법이없습니다  (0) 2005.08.18
[스크랩] 불멸의 이순신  (0) 2005.07.26
맥아드장군의 자녀를 위한 기도문  (0) 2005.07.03
인생의 삼재  (0) 200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