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년 출세-사별-말년 빈한 |
어린 나이에 성공하면 교만해져 남을 무시하고 좋은 인연을 그르치기 쉽다. 훗날 성공이 물거품이 되어도 곁에 남아 도와주는 이가 없으니 재기도 쉽지 않다. 빠른 성공이 빠른 패망을 부른 격이니 만약 초년에 성공했다면 자만하지 말고 더욱 자신을 낮춰 겸손해야 한다. 그래야 인생의 삼재를 면할 수 있다.
두번째 삼재는 중년에 배우자를 잃는 것이다. 이혼이나 상(喪)으로 배우자를 잃게 되면 다 큰 자식들이 남의 손에 크게 되니 삶의 중심을 잃기 쉽고, 늦은 나이에 다시 결혼을 해야 하니 고민이 많아진다. 요즘처럼 이혼이 많은 세상에서 이런 말을 하면 고리타분하다 할지 모르겠으나 모름지기 자식은 부모가 키워야 한다. 이혼위기에 있다면 자식을 봐서라도 부부가 서로 양보하고 사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번째 삼재는 말년의 빈한(貧寒)이다. 말년이 되면 적어도 손주 용돈 정도는 챙겨줄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빈한은 경제적 빈곤 뿐 아니라 쌓아 놓은 덕이 없거나 곁에 말벗할 친구 하나 없는 외로움도 포함된다. 사람은 잘 죽어야 잘 태어나는 법. 잘 죽기 위해선 말년을 잘 준비해야 한다.
사람에게 삼재가 있듯 나라에도 삼재가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은 초년부터 고생이 많았다. 1950년 건국 2년만에 민족상잔의 비극, 6ㆍ25 한국전쟁을 겪었다. 초년에 큰 고통을 겪은 대한민국은 이제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고 있다. 배우자를 잃으면 안되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통일에 대한 염원은 커지고 있지만 아직도 6ㆍ25의 상흔은 가슴 깊이 박혀있는 녹슨 총탄처럼 아픔으로 남아있다.
최근 찾아 온 군인부부의 가족은 6ㆍ25전쟁으로 철저히 희생됐다. 부인의 친정아버지는 당시 자신의 형님을 북한군에게 밀고했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과 함께 극도로 혼란한 전쟁통에서 J씨를 죽였다. J씨는 죽으면서도 끝까지 "나는 그런 일이 없다. 누군가 모함했다. 억울하다!"고 소리쳤지만 확실한 증거가 있었기에 누구도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이후 가족에 불행이 닥쳐왔다. 친정아버지가 쉰을 막 넘긴 젊은 나이로 급사한 것. 그 뿐 아니었다. 그녀에겐 세 명의 오빠가 있었는데 큰오빠는 다섯살 때 다리에 장애가 생겼고, 서른두살에 죽은 둘째 오빠는 열한살 때부터 다리에 장애가 생겼다. 또 셋째 오빠는 열여섯에 다리를 다쳐 쉰이 가까운 나이에도 독신으로 살고 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항상 악몽에 시달렸다. 세 아들이 모두 다리에 장애가 있어 제대로 걷지 못한 것이 자신의 과보라고 생각했다. J의 말처럼 정말 그가 밀고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구명시식에 나타난 J의 영가는 강력하게 항변했다. "내가 밀고한 것이 아닙니다. 정말 억울합니다. 아무 죄없는 사람을 이렇게 죽이다니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군인 부부는 아버님을 대신해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6ㆍ25의 상처를 달래며 대한민국이 초년 고통을 딛고 일어설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 후암정사:(02)415-0108,www.hoo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