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사랑의 옷을 입고 있어."
그러자 신랑이 신음소리를 내더니 곧장 침대로 뛰어 들어갔다.
다음날 할머니도 영감이 돌아오자 벗은 몸을 보여주며 말했다. "나 지금 사랑의 옷을 입었다우."
그러자 영감 왈 "다림질이나 제대로 해서 입어!"
40년의 세월은 이처럼 부부의 대화를 바꾼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사는 결혼생활은 쉽지 않다. 티격태격하다 싸우고 으르렁대고 난리를 떨다 이혼으로 가는 커플이 적지 않다.
그래서 부부싸움을 제대로 하는 것 그것이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는 비결이다.
미국 워싱턴대의 존 고트먼 교수팀은 말싸움하는 모습을 보면 그 커플의 이혼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논쟁을 하면서도 가끔씩 웃거나 장난을 치거나 하면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부부는 거의 이혼을 안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건 아무래도 토론문화 속에서 자라온 미국에만 해당되는 모습인 것 같다. 다혈질이며 감정적인 우리 체질에 웃음이 있는 말싸움이란 생각키 어렵다.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라는 영화에는 서로가 킬러라는 것을 알게 된 부부가 서로 죽이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런 살벌, 코믹이 우리에겐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러나 피터지게 싸우면서도 몇 가지 명심할 점은 있다.
첫째 싸울 때 한 가지 주제만 다루라는 것이다. 이것저것 건드리다가는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도 잊어버리고 감정이 격해져 게거품만 물게 된다.
둘째 타임아웃을 지켜야 한다. 아무리 격렬한 격투기도 정해진 시간이 있듯이 부부싸움도 무한대 시간으로 가지 말라는 것이다.
셋째 1m 이내에서 싸워야한다. 멀어지면 고함만 지르기 쉽고 급기야는 무언가를 집어던지는 경우도 있는데 바싹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고 싸우면 오히려 차분해지고 대화가 된다.
넷째 제3자를 개입시키면 안 된다. 시집식구나 친정식구를 끌어들이면 본질을 벗어난 감정의 대립이 확대되어 이혼으로 가는 커플이 많다.
다섯째 분노일지를 기록하라는 것이다. 일기나 가계부를 쓰는 사람이라면 오늘 왜 싸웠는지, 내 감정이 어떠했는지를 기록하라. 쓰다보면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고 싸움의 동기가 별거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만 싸울 수 있다면 부부싸움을 자주 해도 괜찮다. 오히려 부부싸움을 전혀 안하고 산다는 부부 중에 병든 커플이 많다. 멀쩡해 보이는 부부 중에 의외로 이런 얼음 부부가 적지 않다. 교양 있는 사람들일수록 위장을 잘 한다. 무식한 사람들은 오히려 솔직해서 남이 듣든 말든 소리 지르며 싸우기 때문에 그때그때 터뜨리지 교양부부처럼 속으로 곪아터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래서 진짜 심각한 문제를 우아한 미소로 덮고 사는 얼음부부보다는 피터지게 싸우며 문제를 해결하는 이들이 웰 빙 부부가 될 수 있다. 관심과 사랑이 없으면 싸움도 없다.
한 남자가 과속을 하다 순찰차가 따라오니까 더 속력을 내서 달렸다. 마침내 따라잡은 경찰이 물었다. "왜 그렇게 과속을 했습니까?" "제 아내가 경찰과 바람이 났거든요." "그런데요?" "혹시 그놈이 아내를 도로 돌려줄까봐 최고속력으로 달렸습니다."
이쯤 되면 곤란하지 않은가 말이다. < 명지대 사회교육원 노화비만과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