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하찮은 것이 아름답다/신정일
‘작고 하찮은 것이 아름답다.’
늘 상 접하는 말이고
그렇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사소한 것들이 모여 중요한 것이 된다.’
그렇습니다.
한 걸음 한걸음 걷다 보면 천리 길을 걷는 그 평범한 진리를
잘 알면서도 건너뛰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한 번에 십리 길을 아니 백 리 길을 가려고도 하고
한 번에 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합니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다,’
그렇습니다.
물도 차야 넘치고
글도 어느 정도 마음이 쓸 수 있을 정도로 충만해진 다음에야
가슴 깊숙한 곳에서 나오듯
모든 것은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것이 보기도 아름답고
그것을 사람들은 순리라고 말합니다.
그러한 현실을 직시했던 헤르만 헤세는
<문학에 관하여>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큰 것만 중요하고 작은 것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고 여기거나,
인간은 존중하지만 자기 하인은 마구 부려먹는 일,
조국과 당은 신성하게 생각하면서도 그곳의 업무는 엉망으로 만들어
부패의 소지를 만드는 일, 바로 이러한 일들이 망하는 지름길이다.
이러한 것을 막을 수 있는 교육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다.
우선 신념이니 세계관이니 애국심 따위의 이른바 진지하고 신성한 것은
사정없이 옆으로 제쳐놓고 작고 보잘것 없는 것들과
우리가 사는 매 순간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우리들은 어쩌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사실 무지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모르고 살면서도
가당치 않게 자기 자신을 너무도 과장되게 알면서
의기양양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삶은 저리도 다양하고
세상은 무한하게 펼쳐져 있는데,
과연 이렇게 밝은 등불 아래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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