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시절에 꽃을 꺾으며..
길 가다 꽃을 보면 꺾고 싶고,
길 가다 과일나무를 보면 또 따먹고 싶습니다.
그래서 꺾거나 따 먹으면
같이 가던 사람들이 질겁을 하며 놀래기도 하는데,
예쁜 꽃들이 피어 있는데
“아무도 꺾어주지 않으면 얼마나 서운해 하겠는가“
“맛있는 과일이 농익었는데 아무도 따 먹지 않으면 얼마나 서운해 하겠는가” 하고
나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옆에 있는 사람들의
곱지 않은 눈살에 이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어쩌면 그리 지켜야할 금기禁忌들이 많은지,
하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닙니다.
옛 시인도 나처럼 꽃 한 가지 꺾고서
시 한편을 남겼습니다.
“꽃가지 꺾어 술잔을 헤었더니
꽃가지는 남았는데 사람은 이미 취했네.
그대여 꽃송이 많은 가지 그냥 남겨두게나
주객들 내일 다시 오면 그 어찌 안되겠는가
그때는 기필코 꽃가지 가득히 꽂고 마냥 즐기리니
그래야 봄을 보냄에 서운함이 없으리라
꽃에게 묻노니 그대 또한 즐길진대
기약을 저버리고 경솔히 떨어지지 말지어다.
그대는 귀인들 동산의 봄꽃 몹시 아끼는 것 보지 못 했는가
모진 비바람에 뒹구는 것 차마 보지 못 하겠네“
이규보의 절화음折花吟이라는 시입니다.
“온갖 것 보러 태어났건만 온갖 것 보아서는 안 된다 하더라,”
파우스트의 한 구절처럼
세상은 온통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 투성이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규범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대관령과 선자령을 걸으며 보았던 꽃들,
얼레지, 산철쭉, 피나물, 쪽 동백,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꽃들이
어찌 그리 가는 걸음마다 내 눈을 사로잡던지,
봄은 봄이고 꽃은 꽃이고,
세상은 어느 때나 아름답고도 아름다운데,
마음이 가끔씩 이런저런 심술을 부려서
어둡고 쓸쓸한 것은 아닐까요?
우리땅 걷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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