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꽃도 향기를 잃었다
윤 광 식
거리 거리 골목 마당
들과 산에 피는 아름다운 꽃
돌담을 받쳐 가며 피는 라일락도
솔솔 부는 바람에도 향기를 잃었다
골목 시장 구멍가게
재래시장 인심까지
백화점 불빛에 말라죽고
거리마다 인조 냄새에 코를 찌른다
세상을 이끌어 간다는 정치판
일 년 삼백육십오일
피 터지는 편가르는 똥개 싸움
피비린내 구린 내만 난다
아름다운 문학동네
진실의 정서 보다 치장에
덧칠하는 표현 의식에 빠져
세상을 비껴가며 향기를 잃었다
각 사람의 향기도
구석구석 썩는 오물 냄새
자연의 풀 나무도 제 냄새를 잃고
죽지 못해 억지 분바르고 살아간다
언제쯤이나 나름 나름의 향기
제 모습대로 살아 가질까나
깊은 오지의 숲 보랏빛 칡꽃은
은은한 그 냄새 풍겨 줄까 옛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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