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퍼온 글

지금은 무슨 시간이지?

빈손 허명 2021. 12. 15. 07:06

지금은 무슨 시간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이 정리가 안 되거나, 어떤 글을 쓰고자 할 때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곳으로 가고자 한다.

조용하고도 적막한 곳에서 그만의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과 같이 생각하고, 그런 때 일수록 번잡한 곳으로 가서 스스로를 정리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자신의 사상을 정리하기 위해 네덜란드의 “바쁜 사람들의 사막 속으로 은퇴‘한 사람은 발레리였다. 그는 그 자신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여기서 살아가는 것은 오직 나한테 달린 문제이다. 나는 거의 매일 당신도 산책길에서 그렇게 하듯이 조용한 모습으로 숱한 사람들을 스치면서 산책을 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마치 내가 거니는 숲속의 나무와 들판의 작은 숲을 보듯이 내게 비슷한 인상을 준다. 모든 장사꾼들의 떠드는 소리가 개천 물 흐르는 소리만큼도 내 마음을 흔들어 놓지 않는다.“

나 역시 그럴 때가 있다. 하루 종일 큰 아파트 단지의 8층에서 창문을 맞대고 스물 네자의 한글을 조립하는 문자조립공으로 글을 읽고 쓰지만, 하루 종일 자동차들의 경적소리는커녕 사람의 말소리를 하나도 듣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가 아니고 내가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에 너무 깊숙이 침잠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내 안에도 무수한 내가 숨어 있어,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낸다. 그 소리들 중에 가장 맑고 밝은 소리가 나의 하루를 지배하기도 하지만, 어둡고 낮은 소리가 나의 하루를 지배할 때도 있다.

나의 우울과 나의 슬픔이 나의 기쁨과 나의 행복을 억누르는 시간, 그때, 내가 나를 가장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어딘가 숨어 있다가 불쑥 나타나 내가 나인 것을 확인시켜 주는 그러한 시간, 그 시간이 불안한 듯싶으면서도 가장 자유롭게 내 영혼으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하는 시간이다.

그 때 나는 소리도 없이 노래를 부른다.

부르는 노래 소리가 나를 슬프게 하고 나를 울리며 머나먼 곳으로 퍼져 나간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흩어져 갈 그 노래 소리가,

그 누구를 방해하지도 않고 방해 받지도 않는 지금은 과연 몇 시인가?



길위의 인문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