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나의 일기

농가 먹는 마음

빈손 허명 2021. 9. 21. 17:55

한때.... 2002~3년쯤 약초 산행이 많이 유행할 때다

그때 네이브나 다음 카페 가 매우 성행하였는데.... 나는 다음 카페를 가입하고 여러 취미활동을 할 때였다

산야초 여행, 신비한 약초세상, 담금주 천국 등에서 활동을 하였다

이땐 약초라는 신기한 세상에 푹 빠져 헤어날 수 없는 시간들 이었다

그중 산야초 여행 카페 친구들과 매주 곡괭이 한 자루 배낭을 메고 구미 김천 의성 군위 안동 지역 산이란 산은 다녔었다

약초는 하수오, 백수오, 주치, 황금, 천삼, 더덕, 산돌개, 잔대, 식황층, 봉삼, 고삼, 산해박, 삽주, 그리고 산삼을.......

계절약초인 오미자, 개다래, 마가목, 돌복숭, 겨우살이, 토사자, 사상자, 천마 그리고 각종 버섯들....

 

주로 함께 다닌 친구들의 닉이 산청목, 흐르는물, 옹달샘, 가람, 하늘이, 무인, 꼬야, 얄개, 늑대, 월담 그리고

고인이 된 겔로... 겔로 친구가 카페지기였다

그땐 모두 닉네임으로 통하여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지금도 몇몇 친구들과는 소통하며 지내고 있다 닉네임이 그 사람의 성격과 비슷함을 느낀다

늑대는 엉큼... 하늘이는 마음이 넓어... 흐르는물은 지식이 매우 뛰어나... 산청목은 속 깊은 친구... 가람은 천친난만...

옹달샘은 무엇이든 나누어 먹으려는.... 무인이는 스님이 법명으로 지어줬다는 나이는 적어도 진중한 친구...

꼬야는 친화력이 좋아 남자 같아...  얄개는 좀 가벼운 듯...

이렇게 제각각 친구와의 산행 동거는 재미도 있을 뿐 아니라 배움도 많았다

이때 나의 작은 약초 상식을 습득하였다

 

어느 날 새벽 3시에 1박 2일 심 산행을 강원도 홍천으로 출발한다

4명이 2인 1개 조로 하여 오전 산행 오후 산행 그리고 모텔에서 잠을 자고

다시 새벽 오전 산행하고 하산하는 일정이다

심 산행은 심이 날만한 환경에는 세밀하게 수색을 하지만 그렇지 않는 지역엔 그냥 내 달린다

계곡이건 산 능선이건 가리지 않는다

첫날 가지고 간 막걸리와 과일로 산신님께 한잔 술을 흠양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오전 오후 산 능선을 5~6개 넘나들었지만 모두 빈손이다

허탈하지만 그렇게 쉽게 찾는다면 그렇게 귀한 산삼이 아닐 테지....

모텔에서 씻고 몸뚱아리를 누이니 모두 자기 의지완 다르다 나른한 몸이 천근만근 완전 넉 다운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새벽 5시 기상 다른 지역으로 산행을 시작을 한다 2인 1개 조로.....

11시 산행이 끝날 때쯤 내 앞에 4구 삼이~~~  심봤다~~~~~~

함께하는 동료가 와 함께 그 주위를 샅샅이 수색한다 심은 군락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더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내 혼자 한놈을 잡은 걸로 만족한다

마지막 산행 후 맑은 계곡에서 모두 깨끗하게 땀과 먼지를 씻어내고 대구로 출발한다...

내가 모셔온 산삼은 그날 밤 나의 아내에게 먹였다

"남편이 이틀 고생하여 모셔온 귀한 것 먹을 수 없다" 하지만 이것 먹고 힘내 내조를 더 잘하라며 설득하여 정성껏 먹게 하였었다

 

오늘 차례 지나고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옹달샘에게서 톡이 왔다

톡 내용이.....

샘   "빈손님 명절이라 더 바쁘시지요? 올해 송이가 흉작이라 저희한테 돌아오는 게 없어서 탕국에 넣을 송이 배달이 늦었습니다. 벌레가 먹고 시원찮은 송이 하나라도 농가 먹을까 하는데 혹시 대구 오는 걸음은 없으신가요?"

빈손 "행복한 추석 보내고 있지요? 나중에 많이 하면 맛 보여 줘요 먹은 걸로 할께요"

샘   "그래도 괜찮은 송이가 샘을 기다리는가 싶어서 연 3일 헤매고 다녔더니 몸이 반란을 일으키네요.ㅎㅎㅎ. 꾀꼬리버섯도 한 줌 드릴까 싶은데 길이 멀고 해서 차비나 나올까 싶으긴 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미지수지만 송이는 기대를 못한답니다. 송이가 밤이랑 같이 가는데 올해 밤이 벌레 먹고 알도 작고 별로라서~ 몇 개지만 전어랑 같이 무쳐먹어도 맛이 괜찮던데..."

빈손   "그게 아니라 많을 때 농가 묵고... 

적을 땐 식구끼리 맛나게 먹어요"

샘   "몇 개 아니지만 우리끼리 먹기엔 목 구녕이 허락을 않는 관계로... 콩 한쪽도 나눠먹어야 맛이지요 많이 먹으면 맛도 없어요 감질나게 이 사이에 끼고 목에 넘어갈 게 없을 정도로 먹어야 됨다 ㅋㅋㅋ"

빈손   "망설여지네...  오후에 집에 있을 거면 염치불구 가볼게요"

오후 1시쯤 샘님 집으로 아내와 함께 도착하니 송이버섯과 꾀꼬리버섯 염장한 야생버섯이랑 그리고 100초 주 술 한병

마가목 열매 말린 것.. 한 보따리다

받아오기 민망하다

나는 조그만 선물을 내려 줬더니....  이런 것 가지고 오면 담부턴 부담스러워 못 농가 먹는다고 너스레다

이건 내가 할 말을..  이 마음 천사 마음이다

농가 먹는다는 그맘 씀씀이가 보통 맘이 아닌걸...

더구나 올해 같은 송이 흉작에 귀한 송이를 나눔하는 그마음 아무나 할수 있는것이 아니라

옹달샘이기에 가능한 듯해 마음이 먹먹해 진다

평상시도 조그만 것이라도 생기면 나누어 먹는 그 마음...  참 친정 엄마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송이 향이.. 방안 가득.. 소고기 송이전골이 끓는다

제수씨와 질녀와 함께 송이향과 샘님의 그 아름다운 마음을 함께 먹으며 질녀에게

"아내의 발"이란 아름다운 수필을 읽게 하여 모두 먹먹한 마음으로 아내의 아름다운 발을 씻기 우는 그 남편의 아름다운 마음도 함께 먹는다

 

요즘 나는 약초산행을 하지 않는다 언제부턴지 모르지만 하지 않게 되었다

약초가 완전 머리를 떠난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또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이 주는 선물을 가지고

농가 먹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그때 담근 각종 약술이 내 평생 마셔도 남을 양이다

이것들은 각종 모임이나 손님 접대 시 한 병씩 가져가 함께 건배도 하며 농가 마신다

그리고 이른 봄부터 새순을 잡아와 씻어 그늘에 말려 모은다

장마 전까지 그렇게 모으면 130여 종류의 새순이 모아진다 거기에 검은콩과 멸치 다시마를 넣고 환을 짓는다

백초 환이다

백초환을 꾸준히 6개월 이상 먹은 사람이 체질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것을 나에게 알려준 분은 병원에서 당뇨 합병증으로 사형선고 내려진 분인데 1년만에 정상으로 회복되어

지금은 가끔 술도 한잔씩 한다니 그 효능이 입증된 셈이다.

모든 새순들과 곡물들이라서 장복해도 무리가 없으며 단오전의 약초는 독이 없다 하며 있어도 약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속에 해독초도 함께 섞여 있어 중화되어 우리몸을 자기도 모르게 보완시켜 준다고 한다

지금껏 모두 필요한 분들에 나눔 하여 이제 만들지 않겠다고 생각을 하였다

이제 그 생각을 바꿔야겠다

내년엔 좀 더 많이 만들어 옹달샘님의 농가 먹는 정신에 입각하여 많은 분들 필요한 분들과 농가 먹어야겠다

 

 

 

송이

꾀꼬리버섯

마가목 열매

염장버섯

 

 

추석날 온 톡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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