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함께 해 온 노 부부
앞 서거니 뒷 서거니 아침 운동길에 힘이 부치나
나란히 앉았다
동네 노인 회장이신 이 어른
매일 아침 인생 가을 길을 함께 걸어간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서 덜 외로워 보이고 아름답게 보인다
아버지 같은 형님이 한분 계신다 그냥 형님 하기 죄 스러워 왕 형님이라 호칭한다
술을 너무 좋아 하셔서 간혹 함께 한잔 하다보면 조금 모자랄 때가 있다
그때면 꼭 소주 한병 들고 왕 형님댁에 같이 가서 마시고 오곤 하였다
혼자 캄캄한 방에 들어 가시기가 싫다고 헛헛한 마음 추스리기 힘들다고.... 해서
함께 마지막까지 말 동무가 되어 주곤 하였다
처음 왕 형님 집에 들어 갔을때다
생시 함께 한 할머니 모습을 현관 입구 거울에 붙여진 것부터 주방 식탁 위 그리고 거실 TV양옆...
침실에까지 할머니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홀로 집에 들어서면 그 추억 속에서 헤매다 쓸쓸한 가두리에 본인 스스로 감금되어 온 마음을 적시는가 보다
그후 왕 형님 뵐 때마다
그렇게 하늘나라에 가신분 여기 이렇게 잡아 두시면 영혼이 저 세상 극락 세상으로 가지 못한다
훨훨 날아 안식의 세계로 보내 드려라고 계속 설득하여 2년여 만에 모두 치우고
지금은 꽃 그림 화분 같은 것으로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왕 형님의 순애보...
귀감이 되는 부부의 정이다 그러나 보낼 때는 말없이 깨끗하게 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15~6년 전쯤 친구가 골프를 배워라고 자신이 사용하던 채와 공을 가지고 와 주고 갔다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다
나는 한 곳에 빠져들면 그냥 푹 빠져 버린다
고등 학교 2학년 때 바둑에 빠져 공부는 뒷전이고 친구와 둘이서 일주일 내내 반상을 앞에 두고 시름하다
어무이께서 바둑판과 알을 장마철 소나기 쏟아지는 마당에 던져 버린 적도 있다
엄마가 얼마나 속이 터져 그렇게 던져 버렸을까
엄마께... 큰 아들에 얼마나 실망하였으면 그리 하였겠나.. 죄스런 미안한 마음 불효한 마음 알았을 땐
일찍 영원의 안식처로 가신 후였다...
지금도 과수댁 아닌 과수댁으로 아들을 보며 살으신 내 엄마... 의 생각이...
골프채와 공을 한참 바라보다 생각을 정리한다
나는 공을 치치 않겠다
그 채와 공을 다른 지인에게 줘 버렸다
골프에 미쳐 버리면 내 사랑하는 가족은 또 남편 바라기 될 것이다
내 엄마처럼 내 아내를 그렇게 외롭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주말에는 아내와 자식들과 시간을 보내려 골프를 손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무척 잘한 일이다
공치는 친구들 보면 자신은 즐겁지만 가족은 가족끼리 서로 각각이다
그걸 볼 때마다 아~~ 내가 참 잘한 결정 이었다고 스스로 위안한다
얼마 전 띠 동갑인 형님 두 분과 한잔 술을 한다
누구보다 나의 집안을 잘 아시는 형님 "동생은 아버지 정을 사랑을 못 받아 외롭게 자라서 형들에게 잘한다"라고
이야기하신다. 내 초등 때부터 우리 집을 오갔던 형님이시다
이 형님 상처한 지 1년여 저녁... 밤만 되면 쓸쓸해.. 니 형수 가고 난 후 제일 힘드는 것이 밤이라 한다
그렇땐 소주라도 한잔하고 잠을 청한다니 듣는 나도 마음이 애잔하다
누구보다 금술이 좋은 분들 이어서 그 자리가 더 크게 느끼나 보다
미리미리 이별 연습을 하여 갈 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야 하며 남겨진 사람도 미련 없이 보내야 할 텐데....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마라" 하듯.....
그렇게 잠시 쉬시다 다시 출발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몸이 비만한 노인 회장님은 뒤뚱뒤뚱 잘 걸으시는데 할머니께서 자꾸만 의자에 앉아 쉬시고...
그렇게 돌아 건강을 유지하시려고...
더 이상 늙지 않으시려고... 그렇게 인생길을 걸어가신다
언젠가는 가야 할 그 길...
내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리고 아버지가... 이젠 내가 가야 할 그 길을...
남한강가를 매일 걷는 당신이 생각났다
늦게 만난 인연을 오래 간직하기 위하여 걷고 또 걷는다
"너를 오래 보기 위하여... 걷는다" 라며 남한강의 아름다운 황혼, 석양 사진을 매일 보내 주신다
남한강의 황혼은 참 아름답다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당신이 있어 더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답게 살다가 언제든 오라면 기쁘게 떠날 준비를 한다는 당신...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운명...
그래 피할수 없다면 갈 때까지 즐기자
실컨 좋아하고 사랑하다 말 없이 그렇게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