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우리에게 어떠한 나라인가? (신복룡, 교수님)
2017년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조선은 중국 종속국(從屬國)이었다고 과거사를 끄집어낸 그 속뜻은 무엇일까. 중국은 ‘김치’가 연변 조선족의 전통음식이라고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김치를 ISO에 등록했으므로 중국김치(파오차이)가 국제 표준이 되었다고 떠드는 나라. ‘한복’은 물론 '아리랑' 노래까지 자기(연변)네 거라고 우기는 나라. ‘고구려’가 역사적으로 자기네 나라였다고 동북공정을 하는 나라다.
우리나라의 사대주의(事大主義) 사상은 거슬러 올라가면, 여진족의 하급 무사로서 명나라로부터 정통성을 부여받아야만 고려 백성을 다스릴 수 있다고 했던 이성계(李成桂)가 “큰 나라를 거역할 수 없다(以小逆大不可)”고 한 개국명분에서 중국에 대한 종속(宗屬) 사상은 시작되었다. '사대(事大)'란 분명 우리 입장에서 보면 굴욕(屈辱)인데 '현대적 개념으로 보면 굴욕이 아니다'라고 우기는 역사가들이 있는데 이건 무슨 셈법인가? 조선이 중국에 조공(朝貢)과 인질(人質)을 바쳤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인데 우리나라 국사책을 보면 이러한 서술은 금기어(禁忌語)가 됐다.
이러한 우리의 역사 인식을 대변하는 것이 땅에 묻은 삼전도비(三田渡碑) 사건이다. 나중에 다시 찾아 세워놨지만 이거라도 땅에 묻어, 그 당시에 있었던 역사를 감추고 싶어 했던 마음이 이런 일을 벌린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치욕의 역사(dark history)도 가르쳐야 한다. 어두운 역사 없는 민족이나 국가가 어디 있으랴.
동양 최고의 빌딩이라는 롯데 타워 앞에 있는 석촌호수, 잠실호수교 오른쪽 길옆에 있는 삼전도비(三田渡碑)를 바라보노라면 심경이 착잡하다. 끝까지 싸우자던 김상헌(金尙憲)보다는 최명길(崔鳴吉)의 고민이 더 깊었을 것이다.인조(仁祖)는 남한산성에서 죽음[黃天]을 뜻하는 황토길에 깔고, 몸을 일곱 마디 낸다는 뜻으로 여섯 번 새끼줄로 묶고, 상여에 올라 산에서 내려왔다. 그때 그와 울며 따르는 신하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만동묘(萬東廟)와 삼전도비를 보면 지금 우리가 중국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그림이 떠오르련마는 이 시대의 지도자나 민초들은 이런 건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한 가지 우리가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은 중국이 '사면팔방 오랑캐'라 부르는 사이팔만(四夷八蠻) 가운데, 중국에 다 흡수되고 지금 독립 국가로 남아 있는 나라는 한반도, 대한민국과 베트남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중국지도부 그리고 주한 중국 대사들은 아직도 과거의 리훙장(李鴻章)이나 위안스카이(袁世凱)가 조선에서 군림하던 그 시대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학은 중국에 대해선 백내장(白內障)을 씌어 놓고 있다.
첫째 백내장은 중국이 “큰 시장”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다.
그런데 이것은 이미 1940년대에 루즈벨트(FDR)가 오판이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쌍용자동차를 매수하겠다고 수선떨면서 기술을 다 빼 돌리고 난 뒤 그대로 퇴자 놓았던 그들의 상술을 보면 된다. 생선 뱃속에 납덩이를 넣어서 무게 더 나가게 하여 파는 것이 중국인의 진면목이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그들의 사고를 우리는 백내장 쓰고 보고 있다. 베이징(北京)대학 시절, 후스(胡適)는 “중국이 협상하러 올 때는 그들의 속임수[虛僞]를 조심하라.”는 말을 남겼다.(1935)
두 번째의 백내장은 “중국이 우리나라 통일의 지렛대”라는 망상이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면 중국은 우리에게 남북통일을 시켜줄 힘은 없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통일을 훼방하고 저지하게 할 힘은 있다. 이게 우리에게 비극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지나치게 중국에 기울고 있다. 그들은 동북공정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들은 왜 동북공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세 번째 백내장은 중국과 함께 일본과 싸워야 한다는 동지의식이다.
한국인 치고 누군들 일본에 적의(敵意)가 없을까마는 우리는 현실을 간파하지 못하고 대일관계에서 지나치게 과거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반도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일본과 적대관계를 가져선 안 된다. 성종(成宗) 때 '신숙주(申叔舟)의 운명이 가까웠다'는 말을 들은 왕은 승지를 보내어 “나에게 남길 마지막 유언이 있는지”를 물어오라 했을 때 신숙주는 “일본과 등지지 마십시오.[失和]”라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일본이 아무리 미워도 안국역 지하철 3호선 안전문 유리에 “일본 놈 저며 죽이자”[屠戮]는 시(詩)를 써 붙인 것은 문명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 도쿄(東京) 긴자(銀座) 역에 “조센징 찢어 죽이자”는 광고가 걸리면 우리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왜 지식인과 언론은 이런 걸 보고 침묵하는가? 적어도 지금으로서 우리에겐 일본은 중국보다 가까워야 한다. 몇 십만 명의 병자호란 환향녀(還鄕女)는 잊은 채 왜 종군위안부만 안타까운가?
그러면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하나?
그리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Pericles)의 주장에 따르면, “강대국은 베푸는 것으로 동맹을 맺지, 받는 기쁨으로 동맹을 맺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보라. 중국이 베푸는 나라라고 보는가? 쌍용자동차 매수를 한다고 했든 중국이 어떻게 했었는지를. 그들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중국이 우리를 “동맹”이나 “아픔을 나눌 형제로 여기리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잖은가. 그들의 레이더는 우리를 샅샅이 들여다 보고 있는데, 우리는 왜 사드(THAAD)를 배치하면 안 되는가?
우리의 살길은 강소(强小)국가로 가야 한다. 지금은 봉신(封臣) 시대도 아니고, 미국대사관 담장에 올라가 “주한미군철수반대”의 혈서를 쓰는 것이 우국(憂國)이던 시대도 아니다. 우리 운명의 주인은 우리밖에 없다. 국난기에 애국자가 넘쳐나는 때도 없었지만, 애국자가 없었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치에는 지사(志士)도 없고 책사(策士)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느니 “중국과 북한 빨대” 뿐이다. 그것이 두렵고 걱정스럽다. 시대를 탓하고 이것을 운명이라고 하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 우리는 어차피 그렇게 살았지만 이런 삶을 우리의 후손에게까지 물려줄 수야 없지 않은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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