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미국 술 박물관 술에 관한 모든 것-안성 술 박물관
◆유주강산(有酒江山)은 금수강산이요, 무주강산(無酒江山)은 적막강산이다." 이 표어는 안성술 박물관 앞에 붙어 있는 표어이다. 술꾼들이 보면 얼씨구 할 명언이다.
◆대한미국 술 박물관 금광면 금광산 기슭 농협금광지점 바로 곁에 위치한다. 마둔저수지를 물어 찾아가면 쉽다. 그런데 "10만 도로지도"(2005년 성지문화사발행)에는 313번 지방도로로 표기가 되어 있다 언제부터 313번 도로가 325번 도로로 번호가 변경되었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세울 수 있는 술박물관안내 이정표 하나 없으니 타향사람들은 찾아오기가 매우 힘이 들것 같다.
오른쪽 언덕에 위치한 술박물관의 입구는 그야말로 술 냄새가 물씬 풍기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술 박물관임을 알리는 대형 표석 곁에 걸려 있는 문장을 한번 보자.
세상이 미쳤는데 근엄할 것 뭐 있는가
아무리 술 박물관이라고는 하지만 술에 관한 예찬이 좀 지나친 것 같다. 옆으로 눈길을 보내면
언덕을 따라 조성된 각종 시설물은 술과 관련된 것을 수집해서 전시해 놓아 야외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운영자가 2년 6개월 동안 직접 등짐을 지고 돌을 나르며 건물을 올리고, 마당을 가꾼 정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오르는 계단에는 맷돌이 놓여있고, 과거 술독으로 사용했던 옹기와 자기 등이 정자를 배경으로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어 보기가 좋다. 마당의 정자는 무더운 여름철에 휴식하기에 제격이다. 더욱이 석등과 흰 도자기 술독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고, 마차의 바퀴와 나무로 만든 대형 술통도 야외광장을 아름답게 장식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오래된 나무등걸에 달마상을 조각한 것도 눈에 뜨인다.
나무에 새긴 달마상
편안한 옷차림을 한 남성 한 분이 주변을 서성이기에 알아보니 바로 박물관 박영국(54) 관장이다. 마침 임신으로 배가 부른 젊은 부부도 답사를 나왔다. 박 관장은 열쇠를 가지고 박물관 문을 따준다. 평소 문을 잠가두는 것을 보면 방문객이 많지 않는 듯하다.
내가 술에 관해 많이 연구한 사람의 소개를 받고 찾아왔다고 했더니 친절하게도 보유하고 있는 각종 자료를 설명해 준다. 입장료를 받지 않아서 왜 무료로 개관을 하느냐고 질문을 한다. 가지고 있는 자료를 다 전시하지도 못해 그냥 무료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수원에서 오래 거주하다가 이곳에 박물관을 개설했지만 장소가 협소해 보유자료의 절반 정도가 수원의 창고에 그대로 사장(死藏)되어 있다고 한다.
박 원장의 동생은 수원에서 큰 주류도매업을 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형제가 수집가로 변신하였다고 한다. 지난 2004년 11월에 개관한 술박물관에는 17년 동안 모은 술 관련 자료 4만여 점을 전시하고 있어 술에 관한 자료는 없는 것이 없다고 한다.
1층에는 술에 관한 논문과 서적, 신문 및 잡지의 보도자료, 상표, 술 광고 전화카드, 술독, 옹이, 주전자, 누룩 틀, 양조장 간판, 밀주단속증, 포스터, 술 관련 음악을 담은 레코드판, 만화, 잡지, 상표와 심지어 숙취 해소제까지 있다. 박물관 내부는 그야말로 빼곡하게 전시된 술 관련 자료들로 가득 차 있다. 안동에서 유명한 안동소주의 제조계약에 관한 원본도 소장하고 있단다.
박 관장은 알코올의 함유량이 1%가 넘으면 술이 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청량음료에는 1%미만의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단다. 따라서 숙취후 술을 깨려는 목적으로 청량음료를 마시는 것은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 결과가 되므로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일러준다.
그래서 과거 서울농대 수원캠퍼스가 있던 자리로 이전을 검토한단다. 부디 박물관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보유자료를 먼발치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무방하지만 가까이 다가서서 하나하나를 크게 찍는 것은 금한다고 한다. 그러나이승만 대통령이 군 부대에 하사한 무적해병(無敵海兵)의 휘호가 새겨진 술병은 관장의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한 장 찍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세계 각 국에서 수집한 술병이 전시되어 있다. 어렸을 적에 시골에서 보던 상표의 술도 보인다. 어떻게 이토록 많은 술을 수집했는지 반쯤 미치지 않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실제로 수집가라는 소문이 나면 상대가 값을 비싸게 부를까 봐 술과 상관없는 골동품을 사면서 슬쩍슬쩍 값을 흥정하는 기지도 발휘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사진 촬영을 엄격하게 금했지만 그 방대한 술병을 보고 그냥 나올 수가 없어 딱 한 컷만 카메라에 담았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식당으로 들어가 곰탕 한 그릇을 시킨다. 시간은 오후 세시가 되었지만 점심을 먹는 대신 사과 한 개로 허기를 채운 상태다. 도기그릇에 정성스럽게 담겨 나온 반찬이 매우 깔끔하다. 담백하고 감칠 맛이 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글쓴이는 술하고는 궁합이 맞지 않은 사람이다.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져야 할 텐데 반대로 머리가 먼저 아파 오기 때문이다. 이는 술이 몸에 맞지 않은 체질이 문제라고 한다. 글쓴이가 공직에 있을 당시인 1993년 어느 회식자리에서 부득이 폭탄주 석 잔을 마시고 반쯤 죽다 살아난 것은 그 후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교훈이 되었다.
왜냐하면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언젠가 새로 취임한 한 정부부처의 장관이 과장급 이상 간부와의 회식자리에서 참석자들이 권하는 술잔을 모두 받아 마신 일은 전설처럼 전한다.
그러나 이제는 "술 잘 먹는 사람 치고 일 잘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로 바뀌고 있다니 술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는 모양이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 폭탄주를 만들어 돌리는 관행은 하루 빨리 박물관으로 보내야할 구시대의 폐습이다. 다만 양주나 소주가 너무 독해 맥주를 부어 희석시켜 부드럽게 한 후 마신다는 폭탄주 애호가에게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 조문을 하나 인용하면서 술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제21조 다음에 해당하는 자는 주국의 십불출(十不出)로 인정한다.
①. 술 잘 안 먹고 안주만 먹는 자 ②. 남의 술에 제 생색내는 자 ③. 술잔 잡고 잔소리만 하는 자 ⑥. 상가 집 술 먹고 노래하는 자 ⑧. 남의 술만 먹고 제술 안 내는 자 ⑨. 남의 주석에 제 친구 데리고 가는 자 |
이자료는 온양꾼님의 카페 자료에서 뫼셔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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