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에 퍼지고 있는 비만 ‘유행병’이 당뇨병과 심장병, 고혈압 등을
일으켜 전 세계 보건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했다.AP통신에 따르면 3일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된 국제 비만 학술대회(ICO)의 폴
지멧 의장은 이날 개막 연설에서 “보이지 않게 꾸준히 진행돼온 비만 ‘유행병’이 지구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다”면서 “이는 지구 온난화나
조류인플루엔자(AI)에 못지않은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전 세계 건강·보건 전문가 2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1주일간
열린다.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성인 10억명 이상이 과체중이며 이 가운데 3억명은 비만이라면서 이들은 당뇨병과 심장 질환, 고혈압,
심장마비, 암 등의 발병 위험이 큰 상태라고 밝혔다. 호주 모나시대학의 당뇨병 전문가 짐멧은 “지구상에는 과체중인 사람이 영양부족인 사람(약
6억명)보다 더 많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급속히 늘고 있는 어린이 비만. 비만인 어린이는 성장하면서 각종 만성
질병에 걸리기 쉽고 이로 인해 수명도 몇 년씩 단축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시드니 왕립 프린스알프레드병원의 소아과 전문의 케이트
스타인벡은 “지금 자라는 어린이들은 과체중·비만으로 자신들의 부모보다 더 빨리 죽는 최초의 세대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비만은 후진국에까지 고루 퍼지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식과 운동 부족으로 대표되는 기존 부자 나라의 나쁜 식·운동 습관이 이제
가난한 나라에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국의 경우 35세 이상 인구 가운데 3분의 1이 비만 관련 질병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0여개국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비만태스크포스(IOTF)의 필립 제임스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라면서 “우리는 단순한 과학·의학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의료 시스템을 전복시키는 비만의 경제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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