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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담배 세개피를 훔치다 해고된 여인의 이야기....

빈손 허명 2017. 7. 11. 18:00

첫째는 1970년대의 일이라고 생각된다.  전매청 서대문 공장에서 노동위원에

"해고예고예외인정신청" 이 들어왔다.

이것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  해고 예고수당 (통상임금의 30일분 이상)을

지급하지 않고 즉시 해고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인정신청이다.

 

사건의 내용은 전매청 여공 으로 있는 40대 여인이 담배 3개피를 핸드백 안에 감추어 가지고 가려다가  정문 수위에게

적발되었으니 즉, 회사의 물품을 훔치려다가 발각된 사람이니 파면처분 해야 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40대 여인은 그 사건이 있기 6개월전 쯤에 일간신문 사회면에 톱기사로 크게 보도된일이 있는 여자였다.

신문기사 내용은 이여인의 남편은 아편중독자로 가사일은 돌보지않고 집에 있는 금반지나 은수저까지 내다

팔아서 아편주사를 맞고 있는 폐인이었다.

 

이것을 비관한  이 여인은 아들, 딸  3모녀와 함께 방안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집단자살 하려다가  이웃사람에게

발견되어 살아남은 여인이다.  이사건이 신문에 보도되자 관내 구청장이 이를 불쌍히

여겨 전매청에 청탁해서 이 여인을전매청 서대문 공장의 여공으로 취직시켰다.

그런데 이 여인은 공장에서 자기가 만든 담배 세개피를 훔쳐 자기 핸드백안에 넣어가지고 퇴근하다가 정문에서

수위의 소지품수색에 걸려 적발된 것이다.  전매청측에서는 생산부장과 생산과장,총무과장이 나와서

" 위원님들께서 생각하시기에는 이 여인의 훔쳐가려다 적발된 담배 세개피가 극히 사소하고 경미한 것으로

보실지는 모르지만,전매청입장에서 볼때는 중대한 사건입니다.  전매청 여공이 1만명이나 되는데 1명이 매일같이

담배3개피를 훔쳐간다면 1일에 3만개피,10일에 30만개피가 됩니다.이렇게 되면 , 전매청은 1~2년안에

문을 닫아야 합니다".  열을 올려가며 해고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처음에는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노동위원들이 이 설명을 듣고 나서는  " 응 그럴거 같다." 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 여인을 구제하고 싶었다.아니 구제해주는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 여인에게 유리한 심문을 했다.  " 당신이 6개월전 보도된 3모녀 집단자살사건 미수의 바로 그

사람입니까 ?"    " 네 그렇습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담배를 담배 세개피를 훔쳐간 것이 아니라 가져가려다 미수에 그친 것 이지요 ,"     "네."

 

가난하지만 정직을 보물로 여깁니다

 

" 당신이 담배를 훔쳐가려고  당신의 핸드백 안에 집어넣은것이 아니라 회사의 다른사람이 당신 모르는 사이에

백안에 집어 넣은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수위한테 당당히 핸드백을 열어 보인것 아닙니까?"

나는 마음속으로 제발 그렇다고 대답해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여인은

" 아닙니다, 내가 핸드백 안에 직접 훔쳐 넣었읍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저런....그렇게 대답하면 어떻게 해, 장단이 맞아야 해먹지.....라고 생각했다.

" 그러면 그 담배가 정상품이 아니고 불합격품이 아닙니까?"

" 아닙니다 . 정상품입니다 ."

 

나는 저렇게 답답한 사람이 어디 있나......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매청의 생산부장에게 물어보았다.

"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시장에 가보면 전매청에서 만든 담배가 산더미같이 쌓여 암거래되고 있는데

이것은 전매청 간부들이 상자로 훔쳐다가 팔아 먹은 것 아닙니까?  당신들 간부들은 상자로 훔쳐다 시장에

팔아먹으면서 불과 담배 세 개피를 훔쳤다고 해서 해고수당도 안주고 파면 처분합니까?"

 

" 시장에 전매청 담배가 많이 나돌고 있는것은 압니다.그러나 전매청 간부가 훔쳐내 것은 아닙니다.

저 여인의 사정은 딱하지만경영질서 유지를 위해서 어쩔수 없는 일입니다.

다른위원들도 이것저것 심문을 했다.  잠시 후 위원들끼리 표결에 들어갔다.

징게해고사유가 된다고 인정한 위원이 6인, 인정 할 수 없다는 위원이 4인, 이었다.

결국 그 징계해고  사유는 정당하다고 인정된 것이다.  즉, 전매청의 승인을 받아내는데는 성공했고

나는 구제하려고 했지만 실패를 한것이다.

 

 

 

할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몹시 불쾌했다.

다른 노동위원들이 야속하고 몰인정한 사람이라고 까지 생각했다.

회의가 끝나고 노동위원회 문을 나오려고 하는데 그 여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여인은 나에게 다음과같은 말을 했다.

" 선생님이 누군지는 모르지만,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구제해 보려고

애를 쓰시는것을 저는 잘 알고 있읍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나에게 심문을 할 때 그렇다고 대답하고 거짓말을 하면

내가 유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읍니다.

그러나 우리집에는 돈도 없고 재산도 없고 배경도 없지만 소중한 것이 하나 있읍니다.

그것은 바로 " 정직 " 이라는 보물입니다 . 

내가 거짓말을 해가며 자식들에게 정직하라고 가르칠 수 없읍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    라고 말하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이 여인에게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러나 저런 훌륭한 어머니가 있으니 

저 집 자녀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흐믓하게 생각하였다.

 

20년 후 , 그 여인의 딸 사시합격

 

그로부터 30일 후 전매청 서대문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공장은 모두 불에 타버렸고 창고에 가득차 있던 담배도 함께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그날 노동위원회에서 경영질서를 역설하던 생산부장도 생산과장도 총무과장도 모두

실업자가 되어 버렸다. 

이 공장에서는 경영질서는 있었지만 인관관계가 없었다.

이 공장의 화재원인을 어떤 사람은 전기의 누전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난로의 과열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볼때는 인간관계의 교류부재가 화재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중요시 하게 여기지 못하는 기업은 망할 수 밖에 없으며 오래가지못한다.

 

담배 세개피를 가져가다 들켰다고 해서 근로자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파면처분을 하는 직장에서 누가 열심히 화재예방에 노력하겠는가.?

형식적인 화재예방에 그쳤을 것임을 짐작할 수가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무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질서가 아니라

노사간에 교류하는 인간관계라는  것을 알아야 할것이다.

얼마 후 나는 S재벌의 L 사장을 만났다. 

L사장은 나에게 우리집에 가정부 한사람이 필요한데 정직한 사람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나는 즉시 전매청에서 그날 파면된 그 여인이 생각나서

그 여인을 알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추천했다. 

 L사장은 즉석에서 OK하면서 채용을 결정했다.

 

 

그로부터 17년이 흘렀다.  어느날 L사장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L사장은 " 오늘 아침 조간신문을 보았소 ."   " 네 보고 잇읍니다."

" 사법고시 합격자 발표가 났지요. 다섯번째  ㅇㅇㅇ라고  여자 이름이 있지요."

" 네"

" 그 사람이 당신이 추천한 우리집 가정부의 딸이오."

" 아니 그러면 전매청에서 파면된 40대 여인 말입니까?'

"네, 지금은 60대의 여인 입니다. 하하하.........,"    

그의 딸이 사법고시에 합격한 것이다.

나에게 그녀가 했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 우리집에는 돈도 없고 재산도 없고 배경도 없으나

단 하나의 정직이라는 보물이 있읍니다."

그 어머니는 그 정신으로 딸을 가르치며 길렀을 것이다.

장한 어머니가 장한 딸을 길러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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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과 순응이 실종된 사회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웃이야 어쨋든 나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와 그릇된 개인주의에서 비롯된.

병폐일 것이다 .그러나 담배 세개피를 훔쳤다가 처벌을 받으면서도 회개하는 사람,

노사분규때 지붕이 무너지는 위기상황이 닥치자 사장을 먼저 구하는 얼빠진 노조원들이

있는 세상이다 . 사람의 높낮이를 평가하는 사람들앞에 오늘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빛도 안들어오는

그늘 한켠에서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반목을 화합으로 역전시킨 정직성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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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실화이며  글쓴이는 권오현 ( 대한상공회의소 경영상담역 1990年 ) 님이 쓴글을

옮긴 것입니다 .

 

 

 

 

 

출처 : 선비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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