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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효과' 팔팔할때 돈 푸는 미국 부자들

빈손 허명 2008. 1. 15. 06:11

'버핏 효과' 팔팔할때 돈 푸는 미국 부자들

조선일보|기사입력 2008-01-15 02:57 기사원문보기


작년 기부 톱10 모두가 死後기부 아닌 생전기부

"목적에 맞게 쓰이는지 지켜보기를 원하기 때문"


미국에서 생전(生前) 기부가 점점 증가해, 사후(死後) 기부보다 더 많아지고 있다.

14일 미국의 자선·기부 전문 격주간 신문인 '크로니클 오브 필랜스로피(Chronicle of Philanthropy)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상위 50위 기부자들은 모두 73억달러(약 6조8620억원)를 기부했다. 워런 버핏(Buffett)의 435억달러(약 41조원) 기부를 제외할 경우, 2007년의 기부액은 지난 2006년(66억달러)보다 7억달러 증가했다. 버핏은 지난 2006년에 재산의 대부분을 빌 게이츠(Gates) 부부의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이 신문의 스테이시 파머(Palmer) 편집장은 "2007년에는 사후 기증보다는 생전 기부가 더 많았다"며 "자선재단이 기부자 명단을 집계한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상위 10위 기부자가 모두 생전 기부를 했다"고 말했다.

신문은 "부자들이 생전에 원하는 목적에 기부금이 제대로 사용되도록 직접 확인하고 관리하기 위해, 생전 기부를 점점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버핏이 지난 2006년에 재산의 대부분을 기부하기로 선언한 것이 미국 부호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 기부하려는 바람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버핏 효과'도 거론했다. 실제로 펜실베이니아와 캘리포니아의 학교에 기부한 기부자 2명은 "원래 사후에 기부하려 했으나, 버핏이 생전에 기부를 했기 때문에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미국의 큰 부자들은 최근 재산을 자식들에게 넘겨주기보다 기부하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다. 자식들이 거액의 유산으로 편하게 사는 것보다는 직접 큰 재산을 만들어 가면서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경기가 좋지 않았지만, 1억달러(약 940억원) 이상 기부한 사람이 2006년보다 불과 한 명 적은 20명에 이르렀다. 2006년과 2007년에 모두 50위 안에 든 사람도 23명이나 됐고, 상위 50위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1억달러 이상 익명으로 기부한 사람도 여러 명이다.

지난해 최대 기부자는 윌리엄 배런 힐튼(Hilton) 힐튼호텔 전 공동회장. 그는 힐튼호텔과 카지노 매각 수익금 12억달러(약 1조1280억원)를 아버지가 세운 콘래드 힐튼 자선재단에 기부했다. 또 사후에 재산의 97%를 재단에 기부해 아버지의 자선사업 선행을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힐튼 전 회장 외에 상위 10위 안에 포함된 유명인사는 헌츠먼 케미컬을 창업한 존 헌츠먼(Huntsman) 부부, 조지 소로스(Soros) 퀀텀펀드 회장, 샌포드 웨일(Weill) 전 씨티그룹 회장, 마이클 블룸버그(Bloomberg) 뉴욕시장 등이다.

부자들의 기부금은 주로 대학과 의료분야, 미술관, 도서관에 사용됐다. 상위 50위 기부자 가운데 20명은 개인명의의 자선재단에 기부했다. 한 부자의 거액 기부가 다른 부자들의 기부를 낳는 기부 도미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오레곤 대학은 학교의 스포츠 프로그램을 진흥하기 위해 나이키의 공동 창업자였던 필립 나이트(Knight) 부부로부터 1억달러의 기부를 받았는데, 이를 계기로 자선금이 몰려들면서 총 기부금이 당초 목표인 6억달러를 넘어 7억 1700만달러에 이르렀다.

파머 편집장은 "올해에도 부자들이 자선활동을 계속 활발히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